[제2화] 월급이라는 마약, 그리고 해독제 준비

목요일 오후 4시. 사무실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는다. 인사팀에서 보낸 ‘정기 경영설명회’ 메일이 전사원에게 뿌려진 탓이다. 내용은 뻔하다. 시장 상황이 어렵고, 비용 절감이 필요하며, 우리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

​하지만 내 또래, 50대 팀장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의 결은 후배들과 다르다. 후배들에겐 ‘성과급이 줄겠구나’ 하는 걱정이지만, 우리에겐 ‘내 자리가 언제까지일까’ 하는 생존의 문제다.

​# 우리 팀 에이스의 주식 창, 나의 연금 창

​”팀장님, 이번에 OO전자 우량주 줍줍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 팀 에이스, 30대 박 대리가 점심시간에 슬쩍 물어온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거침이 없다. 공격적인 투자로 ‘파이어족’을 꿈꾸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찔하기도 하다. 나는 박 대리에게 “우량주는 길게 봐야지”라며 어른스러운 척 한마디 건네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조용히 모니터 구석에 띄워둔 내 자산 관리 엑셀 파일을 열었다. 박 대리가 주식 차트를 볼 때, 나는 IRP(개인퇴직연금)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납입 내역을 확인한다.

​# 대기업 팀장이라는 겉바속촉의 삶

​겉으로 보기에 대기업 팀장은 화려하다. 적지 않은 연봉, 법인카드, 그리고 수십 명의 팀원. 하지만 실상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사실은 축축한)’ 상태다.

​연봉은 높지만, 나가는 돈은 그 이상이다. 대학생 자녀의 등록금, 여전히 남아있는 주택담보대출, 그리고 양가 부모님 부양비까지. 월급날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일 뿐이다.

​50대가 되니 월급이 마치 ‘마약’ 같다. 끊을 수 없지만, 언젠가는 강제로 끊길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월급 해독제’**를 만드는 중이다.

​# 공격에서 수비로, 전략의 수정

​30~40대엔 나도 공격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수비수, 그것도 골키퍼의 심정으로 자산을 관리한다.

  1. 연금저축과 IRP 꽉 채우기: 13월의 월급(연말정산)이라도 챙기려면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는 게 기본이다.
  2. ISA 만기 자금 활용: 조만간 만기되는 ISA 자금을 IRP로 넘겨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계획이다. 50대에겐 이만한 절세 혜택이 없다.
  3. 수익률보다는 현금 흐름: 이제는 대박 주식보다는 매달 꼬박꼬박 배당금이 들어오는 ETF나 인컴형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은퇴 후 월급을 대체할 ‘돈이 나오는 파이프라인’을 까는 작업이다.

​# 담담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설명회를 마치고 돌아온 팀원들의 표정이 어둡다. 나는 팀장으로서 그들을 다독여야 한다. “우리가 할 일만 잘하면 돼. 동요하지 마.”

​그 말을 뱉는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도 말한다. “너나 잘해. 월급 나올 때 해독제 단단히 만들어놔.”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푼다. 오늘도 월급값 하느라 치열했던 하루가 저물어간다. 내일은 박 대리에게 내가 공부한 절세 팁이나 슬쩍 알려줘야겠다. 꼰대 소리는 안 듣게, 아주 자연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