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4시. 사무실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는다. 인사팀에서 보낸 ‘정기 경영설명회’ 메일이 전사원에게 뿌려진 탓이다. 내용은 뻔하다. 시장 상황이 어렵고, 비용 절감이 필요하며, 우리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
하지만 내 또래, 50대 팀장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의 결은 후배들과 다르다. 후배들에겐 ‘성과급이 줄겠구나’ 하는 걱정이지만, 우리에겐 ‘내 자리가 언제까지일까’ 하는 생존의 문제다.
# 우리 팀 에이스의 주식 창, 나의 연금 창
”팀장님, 이번에 OO전자 우량주 줍줍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 팀 에이스, 30대 박 대리가 점심시간에 슬쩍 물어온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거침이 없다. 공격적인 투자로 ‘파이어족’을 꿈꾸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찔하기도 하다. 나는 박 대리에게 “우량주는 길게 봐야지”라며 어른스러운 척 한마디 건네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조용히 모니터 구석에 띄워둔 내 자산 관리 엑셀 파일을 열었다. 박 대리가 주식 차트를 볼 때, 나는 IRP(개인퇴직연금)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납입 내역을 확인한다.
# 대기업 팀장이라는 겉바속촉의 삶
겉으로 보기에 대기업 팀장은 화려하다. 적지 않은 연봉, 법인카드, 그리고 수십 명의 팀원. 하지만 실상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사실은 축축한)’ 상태다.
연봉은 높지만, 나가는 돈은 그 이상이다. 대학생 자녀의 등록금, 여전히 남아있는 주택담보대출, 그리고 양가 부모님 부양비까지. 월급날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일 뿐이다.
50대가 되니 월급이 마치 ‘마약’ 같다. 끊을 수 없지만, 언젠가는 강제로 끊길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월급 해독제’**를 만드는 중이다.
# 공격에서 수비로, 전략의 수정
30~40대엔 나도 공격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수비수, 그것도 골키퍼의 심정으로 자산을 관리한다.
- 연금저축과 IRP 꽉 채우기: 13월의 월급(연말정산)이라도 챙기려면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는 게 기본이다.
- ISA 만기 자금 활용: 조만간 만기되는 ISA 자금을 IRP로 넘겨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계획이다. 50대에겐 이만한 절세 혜택이 없다.
- 수익률보다는 현금 흐름: 이제는 대박 주식보다는 매달 꼬박꼬박 배당금이 들어오는 ETF나 인컴형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은퇴 후 월급을 대체할 ‘돈이 나오는 파이프라인’을 까는 작업이다.
# 담담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설명회를 마치고 돌아온 팀원들의 표정이 어둡다. 나는 팀장으로서 그들을 다독여야 한다. “우리가 할 일만 잘하면 돼. 동요하지 마.”
그 말을 뱉는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도 말한다. “너나 잘해. 월급 나올 때 해독제 단단히 만들어놔.”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푼다. 오늘도 월급값 하느라 치열했던 하루가 저물어간다. 내일은 박 대리에게 내가 공부한 절세 팁이나 슬쩍 알려줘야겠다. 꼰대 소리는 안 듣게, 아주 자연스럽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