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믿었던 후배, 거울속의 이방인

​전무와의 폭풍 같은 회의가 지나간 뒤, 우리 팀의 결속력은 더 단단해진 줄 알았다. 적어도 나 혼자만의 착각은 그랬다. 팀원들을 지키기 위해 내 인사권까지 담보로 잡았던 그날 이후, 나는 스스로를 꽤 괜찮은 리더라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균열은 가장 조용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팀의 브레인이자 내가 가장 아끼던 최 대리가 퇴근 무렵 내 자리로 왔다. 평소와 다른 딱딱한 표정. 나는 짐짓 여유로운 척 커피 한 잔을 권했지만, 그는 자리에 앉지도 않았다.

​”저, 이번에 새로 신설되는 전략기획본부 TF로 지원했습니다. 오늘 인사팀 승인 났다고 연락받았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전략기획본부. 그곳은 지난번 회의에서 나를 거세게 몰아세웠던 전무가 직접 관할하는 곳이다. 내가 팀원들을 지키겠답시고 전무와 각을 세우고 있을 때, 내 등에 가장 가까이 있던 최 대리는 전무가 내민 구명보트에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 “시대가 변했습니다, 팀장님.”

​당혹감을 감추고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지난 인사 시즌의 공포보다 더 서늘했다.

​”팀장님이 저희를 생각해주시는 건 압니다. 하지만 팀장님의 방식은 너무 위태로워요. 전무님 눈 밖에 난 팀에 남아서 제 커리어를 같이 도박판에 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팀장님은 ‘의리’라고 하시겠지만, 저에게는 ‘정체’로 느껴집니다.”

​’정체’. 20년 넘게 조직을 위해 헌신하며 쌓아온 나의 리더십이, 젊은 후배에게는 앞길을 가로막는 낡은 장애물로 치부되는 순간이었다. 전무에게 당당히 맞섰던 내 모습이, 최 대리의 눈에는 그저 ‘은퇴를 앞둔 노병의 무모한 고집’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 텅 빈 사무실의 온도

​최 대리가 나간 뒤, 사무실은 불 꺼진 복도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아들들과 떡볶이를 먹으며 느꼈던 그 미지근한 평화조차 사치였나 싶다.

​나는 후배들을 위해 방패를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후배들은 그 방패 뒤에서 답답함을 느끼며 나갈 구멍을 찾고 있었다. 50대 팀장의 진심은 종종 이렇게 번역의 오류를 일으킨다. 나의 ‘보호’가 누군가에겐 ‘간섭’이 되고, 나의 ‘희생’이 누군가에겐 ‘부담’이 되는 서글픈 현실.

# 거울 속의 이방인

​화장실 거울 앞에서 다시 나를 마주한다. 전무와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는 팀 안에서 고립된 이방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자산을 관리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건, 내가 믿고 있는 ‘옳음’이 지금 세대에게도 ‘옳음’인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넥타이를 풀어 책상 위에 던져 놓았다. 오늘은 아내에게 맥주 한 잔 하자고 먼저 연락해야겠다. 누군가의 분노보다, 믿었던 이의 냉소가 더 견디기 힘든 밤이다.